비기술 직군을 위한 AI 학습 팀을 12시즌째 하고 있다. 기획할 때의 문제의식은 하나였다. 주변 사람들이 AI의 가능성은 아는데 자기 업무에 못 붙이고 있었다. 마케터, 기획자, HR, 영업. 뉴스는 봤고 한두 번 써봤는데 그게 일이 되지는 않았다.

도구라고 부르면 도구처럼 쓴다

몇 시즌 관찰하고 알았다. AI를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구처럼 쓴다. 필요할 때 열어서 하나 물어보고 닫는다. 번역기나 계산기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쓰면 시간이 조금 절약되고 끝이다.

그런데 소수가 다르게 쓰고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옆에 뒀다. 뭘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정리하고, 초안을 받아 고치고, 놓친 게 없는지 물어봤다. 결과물의 질이 확실히 달랐다. 차이는 활용법이 아니라 관계 설정에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봤다. 도구 말고 부사수.

부사수는 나보다 경험이 적다. 우리 회사 사정을 모르고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일을 시킬 때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결과물을 받으면 검토해야 한다. 틀린 걸 그대로 내보내면 부사수 잘못이 아니라 확인 안 한 내 잘못이다. 동시에 계산기는 아니다. 사정을 알려주면 스스로 판단한다.

이 이름을 쓰기 시작하니 행동이 바뀌었다.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결과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요구하는 대신 몇 번 주고받기 시작했다.

결국 자기 업무를 뜯어보는 일

팀에서 다루는 건 사실 기술이 아니다. 자기 일 중에 뭘 넘길 수 있는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실제로 굴러가는 걸 만든다. 뉴스를 정리해 리포트로 내는 일,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 콘텐츠를 만드는 일.

완성된 결과물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다. 자기 업무에서 반복되는 구간을 한 번 찾아보는 게 목표다. 한 번 찾아낸 사람은 그 다음부터 혼자 한다. 참여자의 80퍼센트 이상이 배운 걸 실제로 적용했는데, 커리큘럼이 좋아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 업무를 재료로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대 안 했던 결과도 있다. 시즌이 끝나고도 계속 연결돼 있다. 새 도구가 나오면 서로 알려주고 자기가 만든 걸 공유한다. 이 분야는 변화가 빨라서 한 시즌에 배운 게 반년이면 낡는데, 같이 배운 사람들이 남아 있으면 그 낡음을 서로 메워준다.

그래서 이 팀의 성과를 다르게 보게 됐다. 뭘 배웠는가가 아니라 계속 배울 수 있는 상태가 됐는가.

따라 해보기

AI를 쓰고 있다면 다음에 일을 시킬 때 배경부터 세 줄 써보면 된다. 지금 뭘 하는 중이고, 누가 볼 거고, 뭘 피하고 싶은지. 같은 질문이라도 답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