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별개로 개인 메모를 쌓아두는 폴더가 있다. 읽은 책, 다녀온 곳, 생각나는 것들. 어느 날 이 폴더가 이상하게 무겁다는 걸 알았다. 텍스트 파일만 있는데 용량이 컸다.

같은 글이 스무 번 들어 있었다

파일 하나를 열었다. 내가 쓴 글이 맞았다. 그런데 끝까지 내려보니 같은 글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또 내리니 또 시작됐다. 한 파일에 같은 본문이 수십 번 반복돼 있었다.

원인은 내가 만든 동기화 스크립트였다. 다른 곳의 원본을 이 폴더로 가져오는 작업인데, 이미 있는 파일을 만나면 갱신해야 하는 곳에서 뒤에 이어붙이고 있었다. 실행될 때마다 한 벌씩 늘었다.

몇 달 동안 아무도 몰랐다. 나조차도. 파일을 열면 위에서부터 읽으니 정상으로 보인다. 아래에 뭐가 더 있는지는 안 내려가 본다.

정리하니 44편 5.0메가바이트가 237킬로바이트가 됐다. 스무 배 넘게 부풀어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고하는데 틀린 경우

용량보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오래 남았다.

이건 오류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스크립트는 매번 성공했다고 보고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다만 성공의 정의가 틀렸을 뿐이다. 파일에 내용을 넣는 데 성공했지 파일을 올바른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게 아니었다.

이런 실패는 알림으로 못 잡는다. 알림은 실패했을 때 오는데 이건 실패하지 않았다.

그 뒤로 파일을 쓰는 자동화에 습관 하나를 붙였다. 쓰고 나서 다시 읽고 예상한 모양인지 본다. 줄 수가 갑자기 늘었는지, 제목이 두 번 나오는지, 어제보다 크기가 이상하게 커졌는지. 거창할 필요 없다. 어제와 오늘의 크기 차이만 봐도 이런 사고는 대부분 걸린다.

따라 해보기

자동으로 파일을 만들거나 고치는 게 있다면, 오늘 그 결과물의 크기를 적어두면 된다. 내일 다시 적는다. 숫자 두 개면 조용히 틀리는 걸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