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열리면 명찰을 만든다. 90×60밀리미터 카드에 위는 브랜드 색 띠, 아래 흰 바탕에 이름과 태그라인이 들어간다. 지난 시즌은 파트너 13명에 멤버 146명, 159장이었다.

원래는 디자인 툴에서 만들었다. 템플릿 하나 만들고, 이름 바꾸고, 내보내고, 다음 이름으로 넘어간다. 변수 기능이 있어서 완전한 수작업은 아니었지만 명단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했다.

명단은 바뀐다. 오픈 직후에 바뀌고 첫 회차 전날에도 바뀐다. 첫 모임 이틀 전에 명찰을 다시 뽑는 일이 매번 있었다.

자로 재보니 1.2밀리미터가 떠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어디서 가져올지부터 고쳤다. 멤버 명단 시트를 그대로 읽게 했다. 명단이 바뀌면 명령 한 줄로 159장을 다시 만든다.

여기서 예상 못 한 게 나왔다. 이름을 흰 바탕 한가운데 놓아야 하는데, 처음엔 글자 크기에 대충 비례하는 값을 썼다. 흔히 쓰는 어림값이다. 인쇄물을 자로 재봤더니 이름이 한가운데보다 1.2밀리미터 위에 있었다.

1.2밀리미터는 눈으로 잘 안 보인다. 그런데 백 장을 늘어놓으면 보인다. 전체가 미묘하게 위로 뜬 느낌이 든다.

어림값을 버리고 실제 글자의 위쪽 끝과 아래쪽 끝을 재서 그 사이 가운데에 놓게 고쳤다. 편차가 0.1밀리미터 안으로 들어왔다.

감으로 때우던 걸 말로 적게 된다

이 일이 오래 남았다. 디자인 툴에서는 눈으로 보고 가운데 같네 하고 넘어갔다. 그게 몇 년이었다.

코드로 옮기니까 내가 위치를 어떤 근거로 정하는지 말로 적어야 했고, 적어 보니 근거가 어림값이었다. 두 팀에 등록한 사람에게 명찰을 한 장 줄지 두 장 줄지, 파트너와 멤버 서식을 같게 할지도 그때그때 정하고 있었다. 시즌마다 답이 달랐다.

반복되는 일을 기계에 넘기는 건 결국 그 일에 들어 있던 판단을 하나씩 꺼내서 이름 붙이는 일이었다. 시간이 줄어드는 건 그 다음에 따라온다.

따라 해보기

손으로 반복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남에게 시킨다고 생각하고 지시서를 한 장 써보면 된다. 쓰다 보면 내가 감으로 정하던 데가 어디였는지 드러난다. 거기가 바꿀 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