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나면 흩어진다. 두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일주일 지나면 뭐였는지 흐릿하다.

그래서 회고를 넣었다. 네 칸이다. 좋았던 것, 배운 것, 아쉬웠던 것, 바라는 것.

문제는 동기가 아니라 마찰이었다

회고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양식 만들기는 쉽고 계속 쓰게 하기는 어렵다. 처음 몇 회차는 잘 쓴다. 그러다 한 주 빠지고, 다음 주엔 지난주 것도 안 썼으니 이번 것도 안 쓰고, 없어진다. 우리도 몇 번 그렇게 흐지부지됐다.

원인을 찾다가 알았다. 회고를 쓰려면 링크를 찾고, 문서를 열고, 이번 회차 칸을 확인하고,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이 네 단계가 모임 끝난 직후의 피곤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높은 벽이다.

쓰라고 하는 대신 자리를 깔아뒀다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팀 모든 회차 칸을 한 번에 만든다. 6회차면 6개가 미리 생긴다. 그리고 회차 당일 아침에 그 회차 칸에 멤버 각자의 칸이 자동으로 생긴다. 자기 이름이 붙은 빈칸이 이미 있는 상태다.

이 차이가 컸다. 빈 문서에 처음부터 쓰는 것과 내 이름이 붙은 빈칸을 채우는 건 다른 일이다. 뒤쪽은 안 채우면 비어 있는 게 보인다.

자리 만드는 일이 슬랙 공지에 매달리지 않게도 바꿨다. 공지를 깜빡하거나 늦게 올리면 회고 칸도 같이 밀리는 구조였는데, 일정 자체를 기준으로 만들게 했다.

한 가지 제약이 있었다. 우리가 쓰는 플랜에서는 독립된 문서를 자유롭게 못 만든다. 처음엔 한계로 봤는데 대안으로 찾은 채널 탭 방식이 오히려 나았다. 팀 채널을 열면 항상 보이니 링크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

회고가 하는 일

멤버에게는 참여한 시간이 기록된다. 시즌이 끝나면 6주 동안 뭘 배웠는지 한 화면에서 본다. 팀에는 다음 회차를 고칠 근거가 생긴다. 아쉬웠던 것에 같은 말이 세 번 나오면 그건 고쳐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다른 값이 있다. 만족도 조사보다 이쪽이 정직하다. 조사는 끝나고 받고 회고는 그 자리에서 쓴다.

참여하고, 돌아보고, 기록하고, 고친다. 이 넷이 매주 같은 곳에서 돌면 커뮤니티가 스스로 나아진다. 내가 개선안을 내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세다.

따라 해보기

팀에서 회고가 자꾸 흐지부지된다면, 사람을 독려하는 대신 쓸 칸을 미리 만들어두면 된다. 이번 주 것이 이미 열려 있고 내 이름 칸이 비어 있으면 대부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