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쌓인 업무 대화를 한 번 훑어봤다. 어떤 이야기가 자주 나왔는지 세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 이상한 걸 봤다. 인터뷰 시리즈를 하자는 말이 스물네 번 나왔다. 2020년 1월에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자는 기획이 있었고, 같은 달에 직장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2024년 3월에는 구체적인 기획안까지 나왔다.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안 한 일에도 목록이 있다

세보니 이런 게 더 있었다. 유튜브는 일곱 번 언급됐고 안 했다. 뉴스레터는 네 번, 팟캐스트는 세 번 언급됐고 안 했다. 고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2021년에 있었고 안 했다.

처음에는 이 목록이 부끄러웠다. 말만 하고 안 한 게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그런데 며칠 두고 보니 다르게 읽혔다. 스물네 번 나왔다는 건 6년 동안 그 생각이 계속 돌아왔다는 뜻이다. 한두 번 나오고 사라진 아이디어가 아니다. 계속 필요하다고 느꼈고, 계속 못 했다.

계속 못 했다면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의지 부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6년 동안 스물네 번이나 다시 떠올릴 만큼 마음이 있었으니까.

왜 못 했는지를 적어두기로 했다

돌아보면 이 일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전부 새로운 반복을 요구한다. 인터뷰 시리즈는 한 편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 나가야 하고, 뉴스레터도 팟캐스트도 그렇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반복만으로도 벅찼다. 시즌은 3개월마다 오고 이벤트는 매달 있다. 새 반복을 얹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아이디어 문제가 아니라 용량 문제였다. 그동안 우리는 매번 다시 기획안을 썼다. 기획이 부족해서 못 한 게 아닌데.

지금은 하고 싶은데 못 한 일에 이유를 같이 적어둔다. 나중에 이 이야기가 또 나오면 기획안을 새로 쓰는 대신 그 이유를 먼저 본다. 그 이유가 해결됐으면 하는 거고, 그대로면 이번에도 안 하는 게 맞다.

여섯 번째로 같은 기획안을 쓰는 것보다 이게 정직하다.

따라 해보기

지난 몇 년 동안 반복해서 나왔는데 아직 안 한 일을 하나 써보면 된다. 그리고 왜 못 했는지를 한 줄 옆에 쓴다. 의지가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