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하지 않기로 한 것들
올해 1월부터 운영을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여섯 달쯤 지나 세보니 명령 125개, 스크립트 305개, 정기적으로 도는 작업 57건이 됐다.
이 숫자를 말하면 놀란다. 그런데 나는 요즘 다른 목록을 더 자주 본다. 만들려다 안 만든 것들이다.
후기를 대신 쓰게 하지 않는다
이벤트 후기는 매번 오래 걸린다. 녹취를 듣고 정리하고 읽을 만한 글로 만든다. 여기에 자동화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고 초안까지는 실제로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최종본은 내가 쓴다.
후기는 정보 전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날 그 현장에 있던 사람이 뭘 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발표자가 어느 대목에서 멈칫했는지, 어떤 질문에 방이 조용해졌는지, 누가 끝나고 남아 이야기를 더 했는지. 녹취에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게 없는 후기는 멤버가 안 읽는다. 요약은 어디에나 있다.
첫 인사는 편차가 없는 게 낫다
새 멤버가 오면 환영 메시지가 나간다. 발송은 자동인데 안에 들어가는 문장은 미리 써둔 것이고 사람이 승인한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을 붙여 매번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안 했다. 백 명 중 아흔아홉에게 좋은 문장이 가고 한 명에게 이상한 문장이 가면, 그 한 명이 우리에 대해 갖는 첫인상이 그것이 된다. 첫 인사는 편차가 없는 게 개성 있는 것보다 낫다.
사람을 판정하지 않는다
이건 제일 분명하게 그은 선이다.
출석 데이터로 이탈할 것 같은 멤버를 찾는 자동화는 만들었다. 그런데 그건 안부를 묻기 위한 것이다. 이 멤버가 재등록할 확률이 몇 퍼센트라거나 이 사람은 우량 멤버라는 분류는 만들지 않았다.
만들 수는 있다. 데이터가 있다. 그런데 그런 분류표가 존재하기 시작하면 운영자가 그걸 보고 사람을 대한다. 나도 사람이라 그렇게 된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그건 반드시 티가 난다.
만든 것의 목록은 시간이 지나면 낡는다. 도구는 바뀌고 방식은 개선된다. 안 만들기로 한 이유는 안 낡는다. 왜 여기엔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뭘 할 수 있는지 알게 될수록 뭘 하지 않을지가 실력이 된다.
따라 해보기
자동화를 하고 있다면, 만든 목록 옆에 안 만들기로 한 것도 써보면 된다. 그리고 그 옆에 왜 안 만들었는지 한 줄. 나중에 그 한 줄이 목록보다 오래 쓸모 있다.